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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내일은 나름대로 개업식을 한다

by 발간연어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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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후 사무실에서 혼자 일을 해왔다. 며칠 전 황평가사가 한번 방문하여 이런저런 서류업무들을 처리하고 돌아간 것 말고는 계속 혼자였다. 아직은 혼자 처리할 일이 많아서 바쁜 나머지 쓸쓸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사실 모니터에서 눈 뗄 시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이렇게 넓은 사무실이 새삼 휑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내일은 동기들이 사무실에 방문해서 간단하게 개업식을 하기로 했다. (라기보단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들 각자의 법인에서 2~4년차 평가사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중에는 벌써 평가업계를 떠난 친구도 있다. 나를 포함해서 7명이 모이기로 했고, 그 중에 2명은 6살, 4살 아이를 데려온다고 하니 9명이서 개업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들과의 인연은 학원 채점팀에서 시작되었다. 2021년 11월에 학원 채점팀장에 과감히 지원을 했고 그 후로 1년 조금 넘게 채점 알바를 했다. 평일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평일 출근길, 퇴근길, 그리고 주말에 열심히 채점을 했다. 완전 서술형 시험이라 채점 첨삭을 받는 게 수험생에게 중요한 일이다. 한부 채점에 3000원 정도 받았던 거 같다. 한 주에 30~40부를 수령했으니 9만~12만원 정도 벌었고, 한달에 약 50만원 정도 벌었다. 수습평가사는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이거라도 벌어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던 거 같다. 그런데 낮에 수습평가사로서 풀 근무를 하고, 그 외 시간에 채점을 한다는 건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학원에서 채점팀장 첫 모임을 했을 때 처음 만났던 동기들이 생각난다. 호연이, 현석이, 도희 이 셋이었는데, 현석이와 도희는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1년 유예신청을 한 친구들이다. 그날 술을 많이 마셨고, 만취한 현석이를 집에 보내고, 호연이와 함께 택시타고 집으로 가던 게 생각난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후에 경민이, 진우가 추가 합류하였고, 더 한참 후에 민영이와 우리가 합류했다. 그 외에도 두어명 더 있었다. 내일 이 멤버들이 모인다. 

 

처음 개업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실 나는 생각치도 못했었는데, 참 고마운 일이었다. 사실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대형 법인에 취업해서 나름대로 잘 나가고 있는 거 같은데, 나는 아주 늦은 나이에 합격을 해서 중소형법인에서 시작을 했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개업을 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나와 그들은 같은 시험에 같은 해에 합격한 동기지만, 지금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잊지 않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할까, 나 같은 사람 신경도 안쓸 수도 있을텐고, 잊을 수도 있을텐데, 참 고맙다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그 친구들이 보기엔 신기할 수도 있겠다. 느즈막히 시험에 합격해서 동기 최초로 지사장으로 개업을 하다니, 신기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내일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사무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술을 마시기로 했다. 사무실 의자가 6개밖에 없어서 집에서 의자를 미리 실어날랐고, 내일은 캠핑테이블 2개를 추가로 가져간다. 잭다니엘 블랙라벨과 새로소주와 독도소주를 준비했고, 맥주도 조금 준비했다. 그리고 민영이와 우리가 데려올 꼬마친구들을 위해 상어과자세트도 주문해서 현재 쾌속 배송 중이다. 상어과자세트를 받아든 꼬마들이 기분좋아할 모습을 혼자 생각하고선 혼자 흐믓한 표정을 지어본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어 오늘 밤부터 모레 오전까지 큰 비가 온다는데, 차라리 사무실에서 모임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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