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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나흘만에 보령에서 돌아왔다

by 발간연어 202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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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 출발해서 오늘 돌아왔다. 지지난주에도 동일한 일정이었다. 좀 편안한 출장이 아니라 3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보령에 도착 후 도착하자마자 바로 표준지 확인하고 다음 표준지로 이동하고, 또 이동해서 토지특성 확인하고 사진 찍어서 전송하고, 이런 일이 하루종일 반복되었다. 하루종일 차를 운전하는데, 쉬운 운전이 아니라 아주 예민한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운전이라 그런지 해질 무렵엔 상당히 피곤하다.

 

표준지들은 띄엄띄엄 분포해 있는데 가능하면 큰 길로 다니면 좋겠지만 내가 담당하는 보령시의 마을들과 전답들은 대부분 좁디좁은 골목길과 농로길로 연결되어 있다. 가끔씩 차로 오를 수 있는지 가늠이 안되는 급경사를 만나기도 하고, 비포장도로인데 얼마전의 폭우로 주변의 토사가 쏟아져내려 이게 길이 맞는지, 가다가 차가 퍼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길도 자주 마주친다. 도시에 살면 몇년에 한번 겪을까말까한 험한 길과 신경이 곤두선 채 하는 운전을 출장 가서는 5분에 한번씩 한다. 피곤하구나......

 

 

국토교통부에서 혹시나 불미스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되었는지 이런 명찰 같은 걸 보내주었는데 실제로 사용한 건 일요일 오후 한적한 면사무소 화장실을 쓰러 갔다가 놀란 표정의 혼자 당직중인 거 같은 여자공무원에게 내밀고 협조를 구한 (화장실 좀 쓰겠습니다) 일 말고는 없었다. 대부분의 시골 어르신들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다가도 '시청에서 나왔습니다', '국토부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한마디면 대체로 매우 협조적이었다. 

 

 

가장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경계를 한 건 바로 동네개들과 소들이다. 동네개들이 짖는 통에 가슴이 조마조마한 일도 여러번 있었다. 어디선가 다큐였나 개들이 사냥할 때 집단적으로 짖으면서 몰아대는 게 대상에게 큰 공포와 혼란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거 같다. 한마리가 짖으면 나머지들도 따라서 짖어대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반면 소들은 경계는 하는 듯했지만 순수한 눈망울을 숨길 수가 없다.

 

시골길을 지나다보니 하루에 한번은 꼭 족제비나 너구리처럼 생긴 녀석들의 로드킬 사체를 보곤 한다. 오히려 고라니 로드킬은 본 적이 없고, 제니와 제키와 꼭 닮은 몸을 가진 녀석들이 한구석에 죽어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안좋다. 이번 출장에서는 고라니는 3마리를 보았다. 

 

 

겁도 없이 사이드미러에 앉아 있는 사마귀 녀석. 당랑거철(螳螂車轍) 고사의 주인공답다.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훌쩍 날아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고속도로를 타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가보니 총 9건의 평가 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하지만 이러한 일이 처음은 아니지. 이번에도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치우는 거야.

 

앞으로 4~5일은 더 보령에 가야할 거 같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관두고 내일 다음 출장 일정을 새로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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